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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가장 열심으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큰자 사울이 그리스도를 만나 회심하고 작은 자 바울이 된 후 오히려 위대한 사역자로 살아가면서 그는 신약의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서신으로 채우는 최고의 사도가 됩니다. 그런데 그의 편지들마다 그 서두의 인사말을 보면 하나님의 종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나 바울이라고 명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고 내용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받는 사람의 이름도 그냥 디도에게...라고 시작하지 않고 같은 믿음을 따라 된 나의 참 아들 디도라고 하지요. 바울이 쓴 모든 서신의 서두는 이렇게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바울은 왜 편지마다 자신이 하나님의 종이며 그리스도의 사도라는 말을 반복해놓았을까요? 당시 바울의 편지를 받는 교회나 제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 무슨 잘난 척이란 말이냐....가 아니라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도의 사도요 하나님의 종이라는 정체성을 늘 인식하고 있었고 그 부르심에 대한 감격과 감사를 늘 간직하고 있었으며 나아가 자신의 편지를 받는 교회나 제자들 역시도 같은 감격과 기쁨을 늘 잃지않고 기억하고있기를 소망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첫사랑을 회복하라는 말은 숱하게 듣지만 첫사랑을 잃었다는 것은 예수께서 피값주어 사실 정도로 값지게 귀하게 사랑하시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 아닐까요? 천하를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나인데 너무도 쉽게 나자신을 비하하고 하나님의 눈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보아 있고 없음으로 비교하여 열등감에 빠지고 감사가 아니라 원망으로, 감격이 아니라 한탄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나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외쳐주는 사도의 간절함이 그 인사말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며칠전 금요일 새벽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안간다,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네 길 가라" 열한시부터 신나게 자고 있다가 띠릭 소리에 깼더니 그리도 친절하게 묻지도 않은 말을 문자로 보내주었더군요. 자다 깨서 멍하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는 머릿 속이 하얗게 된 것 같았습니다. 너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이 자다가 받은 문자라 내게 보낸 문자가 맞느냐고 되물었더니 일초도 걸리지 않고 "응"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잠들지 못하고 밤을 홀딱 샜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한 밤이었습니다. 일년이 가깝게 나가있긴 했지만 그동안 죽어도 지금은 여자랑은 정리했다고 처음에는 여자 문제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빡빡 우겨댔는데 글쎄 묻지도 않은 말을 잠자는 날 친절히 깨워서까지 해주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금은 이런 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을만큼 성장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주 설교에 멀리 보면서 가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절절이 와 닿아 그동안 영혼 구원보다는 내 수단으로 생각하여 애통해했던 모습을 회개하고 정말 하나님만 바라보며 구원에 목적을 두고 거룩한 삶에 가치를 두며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너무도 신기하게 그 문자를 보고나서도 마음속에 두려움이나 분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은 입술로는 남편이 내 거룩을 위해 수고한다고 했지만 순간순간 분이 올라오면 내가 이 인간들을 (물론 실제는 더 원초적인 욕설을...)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고 남편에게 문자로 오만 독한 말들을 쏟아놓아 그동안 쌓은 은혜를 홀라당 까먹어 버리고 하던 일들이 비일비재했는데 그 순간 저에게 그런 감정들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참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드리는 시험이 가장 소중한 마지막것까지 끊어내는 가장 큰 시험이라 하셨는데 나에게 아직도 남아있던 인간적인 바램들,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그 소망이 남편이 돌아오고 경제가 회복되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물론 감사하겠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하나님이 옳으시다는 것에 대한 백프로 인정... 전 그 새벽에 가슴을 치며 그 고백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고백을 하고 나니 남편이 얼마나 작아보이던지요... 그가 너무나 작고 연약한 그릇인데 내가 내 식양대로 지어져야 한다고 다그치고 몰아붙여 결국은 집을 나간 것도 정말 제 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제가 그 남편의 아내인줄만 알았습니다. 누구누구의 아내라는 것이 제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더니 그 사람이 이따만큼 크게 보이고 그 사람의 잘못이 견딜 수 없이 분이 나고 그 사람에게 배신당하자 제 자신이 초라하고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도 바울의 편지 서두를 보며 하나님의 종이요, 그리스도의 사도인 바울이라는 고백이 제 고백이 되어집니다. 그리 멋진 이름이 제 이름인데 제가 어찌 자신을 비하하며 열등감으로, 비참함으로, 쪽팔림으로 살아가겠습니까. 아니요....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이 고백이 진정 오늘 제 고백입니다. 제 정체감의 결국은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이 한마디 고백뿐입니다. 남편이 아주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리하심이 옳으십니다 남편이 돌아온다 해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그리하심이 옳으십니다... 갚을 길 없으니 어찌할지요 한량없는 은혜 그 은혜로 오늘도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으며 나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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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반응 |
 자리에 함께 눕는 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