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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먹는 소, 드리는 소, 섬기는 소”
기축년(己丑年)에 살펴보는 다양한 소(牛)이야기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의 첫 주(週)다. 국가 경제와 정치가 악화일로에 있지만, 새해를 맞은 사람들은 담담하게 우보천리(牛步千里)를 되뇌고 있는 모습이다. 우직하게 터를 일구는 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대한민국이기를 소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친김에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가축인 소와 사람사이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사람들은 소(牛)를 먹기도 하고, 신께 바치는 제물로 쓰는가하면, 숭배하기도 한다.
먹는 소 소는 죽어서 모든 것을 사람에게 준다. 고기, 뼈, 가죽, 그리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선짓국으로 쓰인다. 물론 살아생전의 소는 더욱 유용하다. 우유와 우황(牛黃·소의 쓸개에 생긴 응어리)으로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볏짚에 싼 똥·오줌은 거름으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소가 연자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었으며, 소에 달구지를 붙이면 운송수단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탈진 밭의 고랑을 내는 데는 소만한 일꾼이 없다. 이렇게 우직하고 순하며 충성스러운 소의 성품은 사람들에게 많은 칭송을 받았다. 그 중 춘원 이광수는 수필 ‘우덕송(牛德頌)’을 썼을 만큼 소를 좋아했다. “그의 느리고 부지런함, 그의 유순함, 그러면서도 일생에 한두 번 노할 때에는 그 우렁찬 영각, 횃불 같은 눈으로 뿔이 꺾이도록 맥진(驀進)함, 그의 침묵함···.” 시인 김기택은 ‘소’의 선하디 선한 눈을 이렇게 노래했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미술계에서는 지난 6월 국내 K옥션 경매에서 ‘누워있는 소’(후기 인상파 화가 반 고흐의 유화)가 29억5천만 원에 낙찰돼 국내에서 경매된 해외 미술품 중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친근한 소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은 사람이 소를 잡을 때뿐이라고 한다. 그 눈을 차마 보지 못해 우리나라에선 소를 잡기 전에 보자기를 씌우고 정화수를 소의 몸에 뿌리는 의식을 해왔다.
그런데 한편에선, 한우의 품질을 더욱 높이기 위해 소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근육을 골고루 움직여줘 근내(筋內)지방, 이른바 마블링이 고루 박히도록 노력하고, 여름에는 입맛을 살리려고 소에게 맥주를 먹인다. 최종적으로 소의 살을 찌우는 단계에서는 최소량의 운동량을 위해 좁은 우리에 매어놓고, 매일 청주와 맥주로 죽을 쑤어서 먹이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 태어나는 한우가운데 2만 마리는 아버지가 같은데, 이는 농촌진흥청이 선발한 ‘보증씨수소’가 생산한 정액을 전국 한우 농가에 보낸 결과라는 보도가 있었다. 조선 순조 때 편찬한 ‘만기요람(萬機要覽)’은 소 도살한 값을 ‘쌀 250석’으로 적고 있으니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쇠고기를 구경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어떤 소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온 나라를 소란하게 할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드리는 소 성경의 역사에 가장 으뜸가는 제물은 소였다. 소는 인간을 대신한 희생 제물이었고 죽어 완전히 태워지는 제물이었다. 가축인 소는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 인간에게 완전히 희생하고, 인간을 대신한 제물이었던 것이다. 들짐승은 희생 제물로 드리지 않았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은 이미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그와 달리 가축은 노동을 통해 인간의 소유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시 50:9, 삼하 24:24). 아무튼 희생 제물의 가장 주요 원칙은 하나님께 가장 좋은 것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희생 제물의 죽음이나 제물의 피를 뿌리거나 처분하는 일련의 의식들은 속죄함을 받는 데 모두 중요했다. 희생제는 인간이 고안해 낸 구제책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정하신 것이기 때문이다(레 17:11).
레위기 1장에서 5장에는 동물 희생의 6가지 절차에 대해 정형화된 의식이 나오는데, 세 가지는 제사장에게, 나머지 세 가지는 예배자에게 속한 것이었다. ①예배자는 제물을 희생의 장소로 가져온다. ②제사장은 한 손이나 양손을 그 제물 위에 올려놓고 예배자가 죄를 고백하게 하여 그의 죄가 제물에 옮겨지게 한다. ③예배자가 그 제물을 죽인다(국가적인 제사는 제사장이 죽인다). ④제사장은 그 피를 받아 제단의 네 귀퉁이에 뿌린다. ⑤제사장은 피와 살, 특별히 콩팥, 간, 장을 태운다. ⑥희생의 나머지 부분은 제사장과 예배자들이 제사 식사로 먹는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이 제사의식에 스며있는 악습과 이교적인 모든 요소를 철저히 반대·배격했다(사 1:11, 암 4:4-5 등). 그리고 신약에 와서 히브리서는 단번에 모두를 위하여 자신을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희생 제물로서의 탁월성을 강조한다(10:1-18). 한편, 소과(Ox tribe)에 속하는 동물은 구약에서만 450회 이상 언급됐으며, 소에 관한 인도주의적 규례도 성경에는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다. 안식일에 쉬게 하며 물을 먹여야 하고(출 23:12, 눅 13:15),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아야 하며(신 25:4, 고전 9:9), 길 잃은 소를 만나면 안전하게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출 23:4) 등이 그것이다. 섬기는 소 소는 풍요와 생명과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커다란 황소 상을 만들어놓고 소를 숭배한다. 좀 무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현대판 황소 숭배사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이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오름세가 계속되면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황소가 공격할 때 뿔을 아래에서 위로 떠받치는 속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호황을 기대하며 붙여진 별명이다.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홍콩 증권거래소, 여의도 증권거래소 등에는 불 마켓을 기원하는 황소 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중 우리나라 여의도 증권거래소의 개장행사에서는 황소에 화환을 걸어주며 강세장을 기원한다. 황소를 둘러싼 춤과 노래를 곁들인다면 소 숭배 의식의 재현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의 소 숭배사상은 어떨까? 대웅전 벽에는 소를 그린 벽화가 있는데, ‘십우도’(十牛圖)라는 그림이다. 소를 찾아서 고삐를 채우고 길을 들이는 과정을 10단계로 설명한 것이다. 소와 사람이 친숙해 지고 결국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소는 사람의 불성(佛性)을 상징한다. 사람의 무의식 속에는 누구에게나 신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교의 궁극적 절대자는 저 하늘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인격신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빛과 같은 비인격적인 존재이고, 모든 생명과 존재의 근원이다. ‘능엄경’에서는 이 소를 ‘대력백우’(大力白牛)라고 부르고 ‘힘이 엄청나게 센 흰 소’로 표현했다. 불교수행의 관건은 바로 이 흰 소를 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 소를 놓아 버린다는 방우(放牛), 소를 길들인다는 목우(牧牛)는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들이다. 힌두교에서의 소 숭배사상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암소를 잡아먹느니 굶어죽는 쪽을 택한 힌두교 신자들의 사건이 화젯거리가 되곤 했다. 한편, 성경에서의 소 숭배사상은 철저히 우상숭배로 낙인찍힌다. 출애굽이후 광야에서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론에게 ‘다른 신’을 요구하였을 때 아론이 재빨리 하나님을 대신할 다른 신으로 금송아지 상을 만들었던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신성한 소 ‘아피스’(Apis)를 숭배하던 애굽의 풍습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그대로 행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장인(匠人)의 신이자 가축의 신인 ‘프타’(Ptah)가 하늘의 불로 변해 검은 소를 탄생시켰는데, 이마에 흰 삼각형 무늬가 있고, 꼬리 끝이 둘로 갈라진 성스러운 소가 바로 아피스라는 것이다.
가축의 풍요와 다산을 바라고 금송아지를 만들었으면서도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신’이라고 했던 아론 같이, 현세적인 풍요와 복만을 보장하면서 ‘이것이 기독교다’라고 주장하는 기복신앙적 가르침이 우리 주변엔 무궁무진하게 널려있다. (교회와 신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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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당신은 지금 광야에 서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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