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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목사 아내의 죽음
2010년 1월 1일 새벽 3시 35분, 다급한 목소리가 겉잠을 깨웠다. 후배 김 목사는 그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첫 아이를 낳은 뒤 과다 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를 위해 기도를 부탁했다. 순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아는 나는 한탄의 일성이 튀어나왔다. "참 박복한 친구일세!"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없었다. 그 후 김 목사는 실시간으로 아내의 상태와 함께 기도를 부탁했다. 절박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중환자실로 병문안을 다녀왔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희망보다 절망이 드리워졌다. 위로는 했지만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루 만에 깨진 행복 김 목사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해 36세의 착한 아내를 만나서 38세에 결혼한 착한 목사이다.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착하고 기도를 많이 한다"이다. 그런 그가 만난 아내 역시 얼마나 착한지 아마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김 목사가 그런 그녀와 만나 결혼한 것은 그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임신한 후, 첫 출산을 기다리는 김 목사에게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다 보상이나 받듯 하나님의 큰 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그 기쁨은 단 하루 만에 깨지고 말았다. 기다리던 아이는 태어났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주님 품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3일 주일 오후 5시 19분, 나는 교회에서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아내를 잃은 슬픈 김 목사가 전하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지체할 사이도 없이 이대 목동병원으로 갔다. 박복한 김 목사는 넋을 잃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고, 나는 여러 장례 절차를 도와야 했다. 3일간의 조문 기간, 4일 만에 발인과 화장 그리고 안치를 마치고 그렇게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유가족 대표로 의료 사고 과실을 따지며 보상 문제를 논의하느라 산부인과 측과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의외로 쉽게 일주일 만에 산부인과 측과 협상이 이루어졌고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만삭의 아내와 함께 떠나야 하는데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착한 목사 부부에게 닥친 불행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2009년 추운 겨울, 만삭의 아내와 함께 섬기던 교회를 떠나야 했던 이야기이다. 그는 신월동의 H 교회 부목사로 섬기고 있었다. 아내의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담임목사로부터 연말까지는 시무를 그만두고 다른 교회로 옮길 것과 사택에서 떠날 것을 통보받았다. 해산 후에 다른 교회로 보내라는 성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는 김 목사를 '교회를 위해서, 목회를 위해서' 내보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니 누가 비난하겠는가? 그러나 담임목사는 부목사 사모의 죽음에서 얼마나 자유할까? 또 성도들의 소리 없는 비난을 얼마나 더 들어야 할까? 착함의 무지함이 불러온 비극 김 목사는 2010년에는 H 교회에서 더 이상 시무할 수 없다는 통보를 10월에 이미 받았다. 김 목사는 부부는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처지에 대해 기도하고 나에게 고민도 털어놓았다. 착한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목사이다. 2009년 12월이 지난 어느 날, 김 목사는 덕소의 D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노라고 좋아서 내게 전화했다. 사택도 제공됐다. 그러나 김 목사는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함께 그 추운 겨울에 무거운 짐을 옮겼다. 이사를 다 마친 후, 만삭의 아내에게서 진통이 시작됐다. 집 근처 경희의료원에서 출산할 것인가, 아니면 사택이 있는 덕소의 한 병원에서 출산할 것인가. 그러나 김 목사 부부는 임신 후 지금까지 다녔던 화곡동의 큰 여성 전문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부인의 싸늘한 시신을 만나야만 했다. 김 목사는 말한다. "왜 하나님께서 무지한 목사에게 바른길을 알려 주지 않았느냐? 왜 하나님은 욥도 아닌 나에게 이런 불행을 주셨는가? 나는 하나님을 용서할 수 없다." 현재, 김 목사는 자신의 무지함을 탓하면서도, 하나님을 설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착하지만 무지한 한 남편의 오판으로 인해 노산(老産)임에도 불구하고 먼 병원에서 자연 분만을 하도록 한 자신의 결정이 사모의 죽음에서 얼마나 자유할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한 이 착하고 기도 많이 하는 젊은 부목사의 무지함이 낳은 엄청난 비극인 것을 언제 다 알까? 헌신적인 교회 김 목사는 2010년 첫 주에 경기도 덕소의 D 교회에 부임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갑작스러운 혼수상태로 부임의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교회에 큰 짐을 지워 주게 되었다. 그러나 고마운 것은 D 교회이다. 물론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D 교회는 부임만 결정되었지 아직 부임 인사조차 하지 못한 김 목사의 불행에 온 성도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교회는 시무하던 부교역자가 여러 사정으로 교회를 떠나게 되더라도, 그때까지 사역지가 결정되지 않으면 계속 사택에서 살도록 배려한다. 더 고마운 것은 비록 사임한 부목사라 하더라도 사역지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교회에서 생활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런 D 교회는 단 한 번도 얼굴도 보지 못한 부목사 사모의 장례를 열심히 도왔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아파했다. 그 먼 덕소에서 목동 이대병원까지 날마다 부목사의 아픔을 함께했다. 나는 D 교회가 있음에 너무나 감사했고 또 고마웠다. 부목사 사모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D 교회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 섬겼다. 나는 사모의 불행한 일에, D 교회의 수고와 섬김에 자꾸 눈물이 난다. 믿음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 의료 현장 김 목사 부부가 불행을 당한 곳은 화곡동에 있는 유명한 큰 여성 전문 병원이다. 병원장은 교회 장로다. 그들은 유가족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의료 사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가족은 법정 투쟁과 데모는 물론, 이미 진행 중이었던 경찰 부검마저도 포기하고 장례를 마쳤다. 억울하지만 어렵게 유가족의 뜻을 병원에 전할 수 있었고, 병원은 쏟아 내는 유가족의 분노에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유가족 측의 뜻에 쉽게 동의하여 합의할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병원장인 장로의 태도이다. 목사 사모의 죽음에 대해 "의료 사고가 재판에서 드러나면 사고율에 따라 돈을 더 줄 수 있겠고 덜 줄 수도 있다"는 불순하고 비신앙적인 태도에 모두들 분노했다. 이런 일에 오랫동안 경험을 지닌 원장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신에 시종일관 강경 대처했다. 부원장이 "우리 원장은 날라리 장로가 아닙니다"라고 한 말이 몹시 거슬렸다. 믿음의 원리보다 몇 푼의 돈을 더 걱정하는 장로의 의료 현장이 그만이 가지는 비신앙적인 태도인가? 고착화한 종교주의가 불러온 비극 한 부목사 사모의 죽음에서 나는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았다. 성경적 세계관과 신학의 부재가 낳은 비극이다. 당사자인 젊은 목사 부부의 착함의 무지함, 교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회 형편상, 교회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만삭의 아내를 둔 부목사에게 나가 달라고 재촉하는 담임목사의 태도, 한 교회의 장로이면서 유명한 여성 병원 원장이 부목사 사모의 죽음에 대해 보인 비신앙적인 태도를 통해,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 구원, 사랑이 얼마나 퇴색되고 변질되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그나마 교회와 성도의 본질 가까이에서 섬김을 다한 D 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큰 위안을 삼을 수 있단 말인가? * 뉴스앤조이에서 퍼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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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심으로 구하는 기도 |
 악습을 뽑아 버려라 |
